AI 시대 박사 학위를 둘러싼 엇갈린 조언
AI가 연구를 돕는 시대에도 박사 학위를 권할 만한지를 두고 더배러에서 오간 경험과 엇갈린 조언
17일 저녁, 더배러에서는 논문 심사를 앞둔 사람의 한 달 레이스 이야기가 오갔다. 그 이야기가 대학원 학위 전반으로 번지면서 대화가 길어졌다. 이 토픽에는 열두 명이 100건의 발화를 남겼다.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연구 속도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한 참가자는 GPT 덕분에 석사 과정생이 SCI 논문 세 편을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다며,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gpt덕분에 석사따리가 sci 3개를 한번에 진행중이네요. 이게 맞나싶기도 한데
석사까지는 권해도
AI가 연구를 돕는다고 해서 학위의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누가 물어보면 항상 석사까지는 해 보라고 말하지만 박사는 추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AI가 연구를 도와주는 시대라는 전제를 알면서도 그렇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사는 아무리 AI가 연구를 도와준다해도 추천을 못하겠습니다...
같은 대화에서 조건부 조언도 나왔다. 지금부터 박사과정을 새로 시작한다면 무엇보다 분야 선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제나 분야를 잘 잡고 시작하면 AI를 덜 돌려도 탄탄대로라는 설명이었다.
지금부터 박사과정 새로 한다면 분야 선정이 95%입니다
학위가 주는 것과 따라오는 것
학위가 실제로 무엇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한 참가자는 학위가 명함이자 통과 서류일 뿐 실력 증명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는 다양한 영역에서 그 효과만큼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명함이자 통과서류이지 실력증명서는 아닌데
40분쯤 뒤 다른 참가자는 박사가 똑똑하겠지 하는 기대감과 어디 가서 발언권이 생기는 효과는 있지만, 그만큼 돈을 버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박사는 저 사람 똑똑하겠지 하는 기대감은 줄 수 있고, 어디 가서 발언권이 좀 생기는 건 있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돈을 버는지는 잘.
이 참가자는 이어서 박사 과정은 분야가 망하거나 소속 기관이 망하는 일을 겪을 때 헤엄치는 법을 미리 배우게 해 주지만, 그만큼 더 거칠게 내던져지는 길이기도 하다는 설명이었다.
박사는 헤엄치는 법을 미리 배우긴 하는데 그만큼 더 대차게 내던져집니다
같은 참가자는 AI 관련 자리에서 불리는 호칭이 자기 이력과 맞는지 머쓱해진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학위와 실제 하는 일 사이의 거리를 느낀다는 감각이다. AI 결과물을 다듬는 일의 피로를 털어놓은 참가자도 있었다. 연구를 돕는 도구가 오히려 새로운 종류의 부담을 만든다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왜 지금 이 화두였을까
대화가 논문 심사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보면, 절차를 눈앞에 둔 사람의 체감이 질문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석사 과정생의 논문 편수라는 구체적 사례가 더해지면서 AI가 연구의 속도와 진입 장벽을 바꾸고 있다는 감각이 공유된 것으로 읽힌다.
다만 의견은 한쪽으로 모이지 않았다. 추천하기 어렵다는 쪽과 분야만 잘 잡으면 탄탄하다는 쪽이 한 대화에 공존했다. 이는 참가자 몇 명의 개인적 경험과 감상이며, 박사 학위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반적 결론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정리
이 토론은 AI가 연구를 돕는 시대에도 박사 학위가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감각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 준다. 석사까지는 권하되 박사는 망설이게 한다는 의견, 분야 선정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조언, 학위가 주는 기대감과 발언권만큼 수입이 따르는지는 모르겠다는 말, AI 결과물을 다듬는 일의 피로가 한 대화에 나란히 놓였다.
학위를 둘러싼 판단이 AI 시대에 더 복잡해진 것을 시사하지만, 어느 한 방향의 정답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결국 이 대화는 정답보다 각자가 겪은 고민을 나눈 자리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