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 때 PC를 포맷하는 관행과 인수인계 자료 공백
전출자 PC를 포맷하는 관행을 두고 공공AX 네트워크에서 오간 보안 조치와 후임자 자료 공백에 관한 공방
25일 일요일 오전 8시를 앞두고 공공AX 네트워크 대화방에서 한 참가자가 짧은 소식을 전했다. 전출하면서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간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들은 것만 두 건이라는 것이다.
전출가면서 하드디스크 포맷하고 간 사람, 내가 들은 것만 2건^^
포맷은 저장장치를 비워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이 두 건은 소식을 전한 참가자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전해 들은 이야기로 밝혀졌고, 대화 안에서 더 자세한 경위가 나오지는 않았다. 직전에 다른 참가자가 인사가 나면 다 삭제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고, 소식 직후에는 또 다른 참가자가 삭제는 당해 봤지만 포맷까지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우고 가는 이유를 두고 오간 추측
왜 지우고 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참가자마다 달랐다. 한 참가자는 자기가 일하며 작업한 문서를 자기 개인정보라고 생각해 지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처음 소식을 전한 참가자는 다른 풀이를 덧붙였다.
승진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후임자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경우도 있고, 자기 업무에 자신감이 없어서 싹 지우기도 하고요.
이는 그 참가자의 해석일 뿐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이 설명을 들은 다른 참가자는 어쩐지 자기가 컴퓨터를 받았을 때 저장된 것이 거의 없이 깨끗했다고 말했다. 본인 경험을 그 설명에 맞춰 본 말이고, 앞사람이 지웠는지 여부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인사이동마다 포맷하겠다는 공문
이야기가 방향을 바꾼 것은 오전 8시 무렵이다. 한 공무원 참가자가 자기 기관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 기관은 보안담당자님이 앞으로 인사이동 할때마다 전출간 인원의 PC를 포맷하시겠다고 선언해서
이 참가자는 보안 담당자가 이를 공문으로 전 부서에 돌렸다고 덧붙였고, 내년 상반기에 싸움이 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는 이 참가자 한 사람의 예상이다. 다른 참가자가 개인정보 파일 정비 때문이냐고 묻자 이 참가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질문했던 참가자는 곧바로 반론을 폈다.
그건 개인정보 관리대책을 세워야지
그 직후 또 다른 참가자가 비유를 던졌다.
쓰레기통 초파리 잡겠다고 수류탄을 까?
반론을 폈던 참가자도 곧바로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속담을 들어 같은 뜻을 보탰다.
공문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화제가 됐다. 초파리 비유를 던진 참가자는 공문을 캡처해 언론에 알리자고 했고, 반론을 폈던 참가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해 볼까 한다고 했다. 같은 참가자는 얼마 뒤 공문을 캡처하면 곤란해질 수 있으니 정식 경로를 통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다른 기관에서는 이미 관행
분위기를 바꾼 것은 다른 기관의 전산 담당 참가자였다. 이 참가자는 PC를 들고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포맷하는 곳이 꽤 있다고 말했다.
퇴사자 나오면 회수 후 포맷 신규오면 재배치
이어 중앙 쪽이나 산하 기관 쪽의 소규모 기관에서는 담당자가 PC를 들고 옮기거나 미리 포맷해 두고 재배치해 준 지 꽤 된 것 같다고 했다. 사유서를 내면 포맷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사유서를 쓰면 보안 점검 때 한 번 더 보는 일이 있어 잘 쓰지 않는 듯하다는 설명도 붙였다. 전산팀에 OA(사무자동화) 인력이 없어 일괄 포맷을 맡게 되면 고생일 것이라는 말도 했다.
연구 쪽 참가자는 대학원 이야기를 꺼냈다. 졸업하면 PC 안의 자료를 하드로 옮기고 그 PC는 포맷해 신입생이 쓴다는 것이다.
대학원도 졸업하면 피씨 안 자료는 하드로 옮기고 해당 피씨는 포맷해요
이 사례에서는 포맷 전에 자료를 옮기는 단계가 문장 안에 들어 있다. 공무원 사례를 말한 발화들에서는 그런 단계가 언급된 것을 찾기 어렵다.
지워도 되는지 모르는 PC, 그리고 후임자의 자료
포맷의 반대편에는 비우지 못해 쌓인 PC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같은 이름의 폴더가 많아 어디에 무슨 문서가 있는지 못 찾겠고, 용량이 모자라 포맷하고 싶지만 자료가 날아갈까 봐 못 하겠다고 물었다. 휴지통 문서만 지웠는데도 파일이 6만 개를 넘었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는 이 질문에 전산팀에 드라이브를 하나 더 달아 달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답했다.
비슷한 처지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한 지자체 참가자는 드라이브 200기가 가운데 198기가를 쓰고 있어 무엇을 지워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초파리 비유를 던졌던 참가자는 1테라 하드의 여유 공간이 0인 컴퓨터를 처음 봤다고 했다. 지자체 참가자는 전출자가 자료를 지우고 가는 쪽에 대해서도 말했다.
자료가 다 온나라에만 있는것도 아니고;; 지우고 가면 다들 한소리 하는데
(필자 보충으로 풀면, 온나라는 정부의 업무 문서 관리 시스템 이름이다. 대화에서 이 풀이가 오간 것은 아니다.) 시스템에 모든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니 지우고 가면 뒷말이 나온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지자체 참가자가 오전 10시 반께 다시 나서 감사 이야기를 꺼냈다. 직전 발화가 이어지는 대화가 아니어서 문장 첫머리의 지시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다만 뒤에 이어진 설명은 분명하다.
사실 이거죠 진짜 화남 나중에 자료제출은 후임자가 하는 구조에서 컴퓨터에 자료가 없는데 ㅋㅋ 불성실한 감사 받을수도 없고
오후 1시 반께에는 다른 참가자가 한 줄을 올렸다.
없는 자료를 어떻게 제출합니까?
이 줄의 앞뒤 발화는 클로드 플러그인 이야기여서, 이 질문이 오전의 포맷 이야기를 받은 것인지는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질문이 오전에 나온 걱정과 같은 결을 띤다는 점만 읽을 수 있다.
보안 조치와 업무 연속성이 갈리는 자리
대화를 훑으면 개인정보를 정리하라는 요구와 후임자가 일을 이어받을 자료를 남기라는 요구가 한 규칙, 곧 전출 때 PC를 비우는 규칙 안에서 부딪힌다. 공문의 이유로 전해진 것은 개인정보 파일 정비 하나였고, 반론은 포맷이 아닌 개인정보 관리 대책으로 풀자는 쪽이었다. 이 두 입장 사이에서 후임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넘기는지는 대화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대화 기록에서 인수인계라는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비어 있는 자리를 개인이 메우려는 시도도 보였다. 한 참가자는 선배들이 20년간 모셔 온 파일이 날아갈까 걱정돼 내용까지 따져 중복 파일을 걸러 주는 웹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마치 족보처럼 20년간 고이 모셔온 선배들의 파일들 다 날아갈까봐
그 참가자는 폐쇄망이라 어쩔 수 없이 전부 웹 문서(HTML) 형태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런 도구가 공식적인 인수인계 기준을 대신할 수 있는지는 대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포맷 방침이 한 기관에서 공문으로 나왔다는 전언, 다른 기관에서는 회수 후 재배치가 오래된 관행이라는 증언, 그리고 후임자가 감사 자료를 내야 하는 구조에서 자료가 없을 수 있다는 걱정까지다. 그 방침이 실제로 시행된 뒤의 모습은 이날 기록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