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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 혼자 일주일에 만들었다'는 어그로에 개발자들이 든 반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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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5에르메스단
본 기사는 여러 오픈카톡방 대화를 완전 익명(발화자 식별 정보 전면 제거) 처리해 병합한 것입니다.

AI로 ERP를 만들며 개발자를 깎아내리는 듯한 글에 에르메스단 개발자들이 집단 반발했다. 더존·SAP급 유지보수 조직 없이는 어렵다는 실무 반례가 이어지며, 바이브코딩 ERP의 현실적 한계를 짚은 대화를 정리했다.


누군가 AI로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를 만들었다며 개발자를 깎아내리는 듯한 글을 올리자, 에르메스단의 개발자들이 하나둘 반례를 들고 대화에 참전했다. "누구나 제품은 만들 수 있다"는 냉소로 문을 연 뒤, 그 '만들 수 있다'와 '실무에서 굴러간다'가 얼마나 먼 거리인지를 각자의 경험으로 채워 나갔다.

"누구나 다 제품은 만들수있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냉소로 시작된 반응은 곧 실제 경험담으로 옮겨갔다. 한 참여자는 예전에 ERP를 납품해본 뒤 다시는 맡지 않기로 했다고 짧게 전했고, 다른 참여자는 지인인 ERP 개발자의 말을 빌려 AI로 작업 자체는 가능해도 개발자가 아닌 이상 AI만으로 완성하기는 어렵다는 현장의 판단을 전했다.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만든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ERP 납품한적 있는데. 다시는 안하기로 했음"

"아시는 ERP 개발자 분이 이게 AI를 써서 작업은 가능한데 개발자가 아닌 이상 이걸 AI 100%로 개발하기는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첫 번째 반례는 규모였다. 한 참여자는 국내 대표 ERP 제품군의 도입 비용이 기본 20억 원대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들었다. 데모 하나를 띄우는 것과, 실제 기업의 회계·세무·재고를 감당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자릿수가 다른 일이라는 지적이었다.

"더존, 영림원 기본 20억대라서"

그 20억 원대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오는지도 곧이어 설명됐다. 한 참여자는 더존·영림원 같은 제품이 비싼 이유가 결국 유지보수 인력과 개발 투입 인력 규모 자체에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그 비용을 매달 체감하는 다른 참여자는 사소한 기능 하나를 추가할 때조차 큰돈을 요구받는 답답함을 짧은 말로 토로했다.

"더존영림원도 유지보수인력과 개발 투입인력이 어마어마하긴하죠"

"더존 버튼하나에 1억씩달라하는기분"

두 번째 반례는 유지보수의 성격이었다. 한 참여자는 ERP가 어려운 진짜 이유를 업데이트 주기에서 찾았다. 기업마다 요구사항이 제각각이라 이를 다 맞추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맞춰 개발해도 세율 변경 같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수준이 아닌 필수 업데이트가 너무 잦다는 것이다. 그 잦은 유지보수를 감당할 전담 조직이 없으면 결국 세일즈포스나 SAP 같은 검증된 제품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결론이었다.

"일단 모든 기업별로 요구사항이 달라서 이걸 다 맞춰주는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맞춰서 개발해도 업데이트 주기가 너무 짧습니다. 이게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업데이트가 아니라 거의 필수인 업데이트도 너무 많아요 가성비가 너무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걸 감당할 조직을 따로 두지 않는 이상 규모가 꽤 커도 세일즈포스나 SAP 꺼로 결국 돌아가는…."

그 잦은 업데이트가 왜 '필수'인지도 구체적으로 뒤따랐다. 같은 참여자는 세금과 관련된 항목은 정합성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곧바로 과태료·벌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검증 자체가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세금관련된건 정합성 안맞으면 바로 과태료 벌금 폭탄이라서 검증고 뻑세고"

이 대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개발자들이 AI 코딩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들이 겨눈 것은 'AI로 뚝딱 만들었으니 개발은 별것 아니다'라는 태도였다. ERP처럼 전사적으로 쓰이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시스템은 바이브코딩이든 아니든 어렵다는 것이, 반례를 든 이들의 공통된 전제였다.

"ERP는 바이브코딩이건 아니건 어렵다고 생각해여 전사적으로 쓰이는 툴인데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서"

만드는 것과 책임지고 유지하는 것 사이의 간극 — 그 간극이 이날 대화가 드러낸 진짜 주제였다.

이 논쟁은 그날 하루 내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저녁 무렵 한 참여자는 그룹웨어와 ERP만큼은 고객사에 절대 권하지 말라고 무릎 꿇고라도 당부하고 싶다며 실무자로서의 경고를 보탰고, 또 다른 참여자는 원 글쓴이의 회사에 이미 개발본부가 있다는 점을 들며 정작 본인이 왜 ERP를 직접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남겼다.

"그룹웨어랑 ERP는 무릎꿇고 제발 고객사한테 엄두 내지 말라고 하는 중"

"댓글보니까 회사에 개발본부 있다는데 왜 본인이 ERP를 만들고 있는건지 ㄷㄷ;;"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만든 뒤에도 계속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 사이의 거리는 그렇게 하루 종일 이 방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