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프라가 되는 순간 — 격차와 일자리, 그리고 로컬 모델
오후 들어 대화는 도구 이야기에서 한 층 위로 올라갔다. 전날 밤 잠깐의 서비스 중단을 계기로 몇 년 뒤에는 공급이 끊기면 업무가 마비되는 시대가 온다는 전망이 나왔고, 그래서 자체 로컬 모델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중요해진다는 말이 뒤따랐다. 돈 있는 사람만 쓰는 도구가 되면서 새로운 격차가 생긴다는 진단도 나왔다. 저녁 무렵에는 좋아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곧 일자리를 잃을 것 같다는 불안과, 그래서 지금 바짝 벌어둔다는 대응이 나란히 놓였다.
오후 3시 9분, 하루 종일 새 모델과 초기화권을 두고 오가던 대화가 갑자기 한 층 위로 올라갔다. 전날 밤 여러 서비스가 잠시 멈췄던 일을 다시 꺼내면서였다.
"어제밤 잠깐 끊긴거로 난리났는데 2-3년만지나도 이제 많은일들은 AI없이못하게될거고 AI끊기면 업무마비오는시대오겠네요."
같은 참여자는 바로 앞에서 "AI가 이제 새로운 세계의 전기, 석유에 가까워져가네요"라고 적었다. 몇 시간짜리 불편으로 지나간 사건을 공급 중단의 예고편으로 읽은 셈이다. 그는 패권 다툼에서 가장 먼저 막는 것이 수출입과 금융 결제라며, 같은 방식으로 AI 공급을 끊으면 한 나라의 업무를 마비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비책으로 나온 로컬 모델
대응책으로 곧장 나온 답은 자체 모델이었다. "나중에는 local LLM 얼마나 갖고 있냐가" 중요해진다는 말에 "이제 집 있냐보다 더 중요한시대가.."라는 과장 섞인 부연이 붙었고, 그전에 하나씩 갖춰 두겠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논의는 개인에서 국가 단위로 넘어갔다.
"근데 미국처럼 언젠가 국방에도 다들 AI쓰게될텐데 안보를위해선 자체 로컬LLM은 필수겠네요"
여기에는 이견도 붙었다. 한 참여자가 "이미 안쓰는 나라 없을걸요?"라고 하자, 처음 화두를 꺼낸 쪽은 "돈없는나라는 못쓰지않을까요"라며 선진국 기준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국방비를 쏟을 수 있는 나라라면 오히려 쓰는 편이 비용을 아끼는 길이라는 정리가 뒤따랐다.
새로운 빈부격차라는 진단
같은 시각 격차 이야기가 붙었다. 한 참여자는 짧은 비유로 정리했다.
"AI는 음 엑셀이죠 돈 있는 사람들만 쓰는 엑셀"
그는 자신이 쓴 글을 공유하며 "AI 캐즘이 아니라, 신종 빈부격차입니다."라는 문장을 인용했다. 무료 사용자는 검색 대용으로 쓰는데 어떤 사람은 고가 모델을 여러 개 구독해 에이전트를 부대 단위로 돌린다는 대비였다. 이날 방에서 오간 이야기가 그 진단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요금제를 하나 더 결제할지 저울질하는 대화와, 지금 쓰는 요금제 하나도 부담된다는 고백이 몇 시간 간격으로 같은 화면에 올라왔다.
저녁 무렵에는 화제가 개인의 생계로 내려왔다. 17시 13분, 한 참여자가 조심스럽게 적었다.
"곧 일자리를 잃을 것 같아요"
이어 "좋아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니."라고 이유를 달았고, 서비스 개발 같은 일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감은 즉시 붙었다. 다른 참여자는 "육휴라는게 가능할지.." 하며 "갔다오면 회사가 사라지는건 아닐지..;;"라고 했다. 대응은 두 갈래였다. 한쪽은 "저도 그래서 지금 바짝 버는 중이에여 ㅋㅋ"라며 시간이 있을 때 벌어 두는 쪽을 택했고, 같은 참여자는 "저도 그래서 작년부터 AI-Driven Agency로 살아나가고 있지만" 도입 속도가 느린 시장을 노린다며 "솔직히 한국보단 기술도입이 느린 유럽/북미타겟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 안에서 변화를 겪은 사례도 나왔는데, 한 참여자는 "회사에서 갑자시 면담하더니 3일만에 소속부서가 AX담당부서로 옮겨졌습니다...ㄷㄷ"라고 전했다.
정리하면 이날 오후의 대화는 도구 사용자의 언어에서 인프라 사용자의 언어로 넘어갔다. 몇 시간짜리 장애가 공급 중단의 예행연습으로 읽히고, 그 대비가 로컬 모델 확보로 이어지고, 다시 그 확보 능력의 차이가 격차로 정리되는 흐름이다. 개인 차원의 대응이 벌어 두기와 시장 옮기기로 갈린 것도 같은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도구를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그 도구가 끊겼을 때 무엇이 남느냐를 묻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날 방의 화두는 성능 경쟁의 반대편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