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수백 권 스캔 — 개인 서재를 AI 자료로
오전 11시 4분, 한 참여자가 진행 중인 일과를 짧게 알렸다. 집에 쌓아 둔 책을 잘라 스캔하는 작업이었고, 속도는 하루 10권이었다.
"하루 책 10권씩 스캔중"
규모는 300권이라고 했다. 뒤이어 다른 참여자는 400권을 두고 같은 고민 중이라고 밝혔고, 60만 원짜리 스캐너로 작업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오갔다. 업체에 맡기는 선택지는 물량 앞에서 먼저 접혔다.
"수백권 스캔할거라서... 업체 맡기기는 ㄷㄷ"
경험자의 조언은 구체적이었다. 재단기로 책등을 자를 때 종이가 밀리지 않게 고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요령이었는데, 스캔 품질이 장비보다 앞단의 손질에서 갈린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저 예전에 집 책들 스캔 할때 작두써서 자르고 했습니다 대신 자르며 밀리지 않게 고정 잘 해주셔야해요"
비슷한 시간대에는 결이 겹치는 계획도 나란히 올라왔다. 다른 참여자가 자료를 스캔해 온톨로지로 묶어 두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인데, 같은 날 방에서 오간 도면 온톨로지 작업기와도 한 흐름으로 읽힌다. 책이든 자료든, 책장에 꽂아 두면 찾아 펴야 하지만 관계로 엮어 두면 질문 한 줄로 불러낼 수 있다는 기대가 이런 공정을 끌고 가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들 스캔떠서 온톨로지만들어야되는데"
여기서 나온 우려는 작업 자체보다 그 끝을 향했다. 한 참여자는 원본을 없앤 뒤 벌어질 일을 길게 적었는데, 요약하면 사본만 남은 세계에서 기록을 고쳐 쓰는 쪽이 과거와 현재를 함께 쥐게 된다는 걱정이었다.
"위험한 생각이 드는건 컴퓨터로 옴겨놓고 책절삭한다음에 원본 파괴 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음에 그걸을 학습시켜서 과거의 역사를 없애고 그것들을 학습시킨 ai회사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점령 그것을 배우는 미래는 오염된 역사와 지식으로 정신적 피폐해지는 뭐그런 그림들이 ?"
스캔 요령을 주고받던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조금 뜬금없어 보이지만, 작업의 성격상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물음이기도 하다. 책을 자르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한 권씩 쌓이기 때문이다.
과장된 상상처럼 보이지만 짚는 지점은 분명하다. 개인이 책을 자르는 이유는 공간과 검색 편의지만, 그 결과 원본이 사라지고 검증할 판본이 남지 않으면 무엇이 원래 그렇게 적혀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도 함께 사라진다. 물리적 사본은 느리지만 고쳐 쓰기 어렵고, 파일은 빠르지만 고쳐 쓰기 쉽다는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한 방에서 수백 권 규모의 스캔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동시에 오갔다는 사실은 이런 시도가 개인 취미의 영역에 머물지 않음을 시사한다. 사서 읽고 꽂아 두던 책이 이제는 검색하고 인용할 자료로 다시 정의되고 있고, 그 전환에는 재단기와 스캐너라는 물리적 공정이 여전히 끼어 있다. 자동화된 지식 작업의 출발점이 아직도 종이를 자르는 손이라는 점이 이날 대화가 남긴 장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