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AI 탐지기 중단, 탐지 대신 과제에 하네스를 건다
서울대가 AI 탐지기 사용을 중단했다는 기사가 방에 올라오자, 첫 반응은 시험장 풍경으로 되돌아가자는 쪽이었다. 다시 연필과 지우개, 깜지의 시대로 가자는 말이 붙었고 손으로 쓰는 게 최선이라는 농담 섞인 동의도 이어졌다. 탐지 기술이 물러난 자리를 아날로그가 메우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먼저 떠오른 셈이다.
"그냥 손으로 쓰는게 최선인듯요 ㅋㅋㅋ"
대화의 방향을 튼 것은 대학에서 강의하는 참여자였다. 그는 1년 전부터 자신의 모든 과목에 Educational Harness Engineering(교육용 하네스 설계)을 적용해 왔다고 밝혔다. 학생이 AI로 그럴듯한 산출물을 찍어낼 것을 미리 가정하고, 결과물을 사후에 걸러내는 대신 과제 자체에 제약을 거는 방식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저는 Educational Harness Engineering을 이미 1년전부터 제 모든 과목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약의 실물도 함께 공개됐다. 지난 학기 오프라인 시험 문항은 제한시간 1시간 50분 안에 특정 심사위원을 설득할 HTML 슬라이드 여섯 장을 만들라는 것이었고, 여기에 AI 작업로그 제출 의무가 붙었다. 로그를 마크다운으로 전부 제출하지 않으면 결과물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감점한다는 조건이었다.
"제한시간 1시간 50분내에 다음을 완성하시오: - 교수가 청년창업지원금 사업을 평가하는 심사위원이라고 생각하고 설득하기 위한 HTML 슬라이드 6장을 만드시오 - AI 작업로그 전부 뜯어서 마크다운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결과물과 상관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 감점"
결과로 제시된 수치는 하나였다. 앱을 만들겠다고 써 놓고 실제 앱 시안을 첨부한 학생이 50명 중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도구를 썼는지 여부가 아니라 학생이 선언한 계획과 실제 제출물 사이의 간극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고, 그 간극을 만든 것은 탐지기가 아니라 제출 규격이었다.
""앱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앱 시안을 첨부한 학생은 50명 학생중에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방의 반응은 발상 자체에 쏠렸다. 학생에게 하네스를 건다는 표현이 재밌다는 말이 돌아왔는데, 제약을 거는 대상이 도구가 아니라 사람 쪽으로 옮겨진 데서 온 반응으로 보인다.
이 대화가 시사하는 바는 평가의 무게중심 이동이다. 탐지는 결과물이 나온 뒤에 진위를 되묻는 사후 작업이고, 하네스는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조건을 미리 심는 사전 작업이다. 서울대의 중단 소식이 대안 없는 후퇴로만 읽히지 않은 것도, 방 안에 이미 다른 층위의 답을 한 학기 굴려 본 사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 나온 것은 한 강의자의 운영 사례이므로, 과목 성격과 수강 인원, 평가 목적이 다른 곳에도 같은 설계가 그대로 옮겨질지는 이 대화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