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전사본으로 내 수사법을 뜯는다, 암묵지를 자산으로 바꾸는 법
시작은 자기 업무 지침을 어디에 두느냐는 이야기였다. 한 참여자는 자신이 쓰는 지침을 챗GPT(ChatGPT) 라이브러리에 기본적으로 다 넣어 두고, 거기서 찾으라고만 시키면 알아서 찾아온다고 했다. 프롬프트를 매번 새로 쓰는 대신 지침 자체를 모델이 뒤질 수 있는 자리로 옮겨 둔 구성이다.
"제가 쓰는 지침들은 라이브러리에 기본적으로 다 들어가있어요. 그냥 거기 찾으라하면 찾아요"
같은 흐름에서 나온 한 줄이 대화의 결을 잡았다. 지피티가 자기 메모리를 다 흡수하는 중이라는 말이었다. 낮에 시작된 이 이야기는 저녁까지 이어지며 다섯 사람이 열다섯 건을 주고받는 화두가 됐다.
"지피티가 제 메모리 다 흡수중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사례가 이어졌다. 다른 참여자는 자기 강의 전사본을 전부 분석해 수사법과 논리구조, 비유까지 자산화하고 그것으로 셀프 피드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글로 적힌 지침을 넣어 두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말로만 존재하던 자기 화법을 텍스트로 내려 놓고, 그것을 다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쪽이기 때문이다.
"저는 요새 제 강의 전사본들 다 분석해서 제 수사법, 논리구조, 비유 등등 다 분석해서 자산화하고 셀프 피드백 하고 있습니다."
반응은 곧바로 각자의 도구 쪽으로 옮겨갔다. 한 참여자는 에토스·파토스·로고스를 비롯한 고대 수사학 8축에 근거해 설득 메시지를 짜던 프롬프트를 이미 갖고 있다며, 그것을 스킬로 깎아 자기 분석에 써 보겠다고 했다. 남을 설득하려고 만들어 둔 틀을 자기 말버릇을 재는 자로 돌려 쓰는 발상이다.
"오... 생각해보니 저도 Ethos Pathos Logos 등 고대 수사학 8축에 근거해서 설득 메시지를 짜는 프롬프트 있는데 이거를 스킬스로 깎아서 셀프 분석해봐야겠네요."
대화를 요약하는 말은 짧게 붙었다. 암묵지의 99.9% 구체화라는 표현이었다. 잘 가르치는 사람이 왜 잘 가르치는지를 본인도 다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한 문장으로 건드린 셈이다.
"암묵지의 99.9% 구체화군요"
이날 오간 이야기를 늘어놓고 보면 자산화의 층이 셋으로 갈린다. 첫째는 이미 문서로 존재하는 지침을 모델이 닿는 자리에 옮겨 두는 층이고, 둘째는 말로만 있던 화법을 전사본이라는 형태로 끌어내려 분석에 거는 층이다. 셋째는 그 분석에 쓸 잣대까지 프롬프트에서 스킬로 굳혀 두는 층이다. 뒤로 갈수록 다루는 대상이 자기 지식에서 자기 습관으로, 다시 그 습관을 재는 도구 자체로 옮겨 간다.
이 대화가 시사하는 것은 개인의 AI 활용 방향이 한 번 뒤집히는 지점으로 보인다. 지침을 넣어 두고 꺼내 쓰는 단계에서는 사람이 이미 아는 것을 모델 쪽으로 옮기지만, 전사본 분석 단계에서는 스스로 언어화하지 못한 습관을 모델에게 꺼내 달라고 맡긴다. 강의처럼 반복되는 말하기가 이미 대량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이 방식을 가능하게 한 조건으로 읽힌다. 다만 여기 오간 것은 진행 중인 개인 실험이고, 그 분석이 실제 강의나 글의 질을 얼마나 바꿨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는 이 대화에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