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잡아먹힌다」 — 대학원가, 비판 없는 AI 수용을 걱정하다
AI 결론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대학원·연구 현장 사례와, 법령검토 재검증의 피로를 나눈 더배러 방 대화.
"AI에게 잡아먹힌다"는 말로 열린 아침
한 참가자가 「AI에게 잡아먹힌다」는 표현으로 신촌권 대학의 AI 의존 사례를 전하며 이날 대화가 시작됐다. 최근 읽은 책을 근거로 든 이 진단은, 이어지는 대화 내내 구체적인 사례로 뒷받침됐다.
"이 책을 보고 최소 신촌권 대학들은 AI에게 잡아먹히는게 비일비재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연세대, 서강대 확인 완료)"
AI가 내놓은 결론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대학원생·연구자 사례가 뒤를 이었다. 신촌권 대학이라는 특정 지역명까지 확인했다고 밝힌 대목은, 이 문제의식이 막연한 인상이 아니라 참가자 나름의 관찰에 근거한 것임을 보여준다.
검증의 피로를 토로하다
가장 구체적인 사례는 법령검토였다. 한 참가자는 AI에게 법령검토를 맡겼다가, 그 결론을 하나하나 법령을 찾아가며 다시 검토해 본 경험을 나눴다. 검증 없이 결과를 그대로 썼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직접 재검증하는 과정 자체가 힘들었다는 고백이었다.
"AI를 비판하는게 에너지가 많이들긴하죠 흑흑 가령 법령검토를 시켰는데 AI가 내린결론을 다시 하나하나 법령 찾아가면서 검토해보면 AI말이 다틀린걸 찾는게 괴로운 시간이더라구요"
비슷한 맥락에서, 실험 프로토콜을 AI가 짜준 그대로 쓰지 말라는 경고도 나왔다.
"실험 프로토콜 AI가 짜준걸 무비판적으로 쓰지 마란 말이다(오열)"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대비가 선명해진다. 한쪽은 AI의 결론을 원점에서 다시 검증해 오류를 걸러냈고, 다른 한쪽은 그 재검증의 수고를 감수하지 않으면 결과가 그대로 실험과 서류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경고였다. 갈리는 지점은 AI를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검증에 드는 에너지를 감수할 의지가 있는가로 보인다.
웹사이트로 만든 문제의식, 해외 대학원의 현실
이 문제의식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옮긴 참가자도 있었다. 무비판적 AI 수용의 문제를 다룬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공유한 것이다.
"무비판적으로 ai를 수용할때 생기는 문제들을 웹사이트로 만들어봤습니다 http://localhost:3000/intro"
뒤이어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진짜 그냥 AI 풀마카세로 학위만 땃을거 같습니다 ㄹㅇ..."
또 다른 참가자는 해외 대학원에서 오히려 AI 의존이 더 심해진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대학원 현장에서 AI 의존이 이미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법령검토 사례처럼 시간을 들여 직접 재검증하는 경우는 이 대화 안에서도 소수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증에 드는 피로가 클수록 검증을 건너뛰고 싶은 유혹도 커지기 마련인데, 그 유혹이 쌓이는 곳이 하필 연구와 학위처럼 신뢰가 생명인 영역이라는 점이 참가자들이 공유한 위기감의 핵심을 시사한다. 이 대화가 특정 개인의 실수담이 아니라 국내외 대학원 현장을 가로지르는 사례들로 채워졌다는 점도, 이 문제가 한 학교나 한 전공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짚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