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자동화는 도메인 지식이 이긴다 — 그리고 조직이 주저하게 만든다
업무 자동화를 개발자에게 맡길지 실무자가 직접 배울지를 두고 도메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더 빠르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다만 자동화 성과가 인력 감축 신호로 읽히는 조직 현실이 실행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기술 습득 속도보다 조직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실행을 좌우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개발자를 새로 뽑아 자동화를 맡길지, 업무를 직접 아는 본인이 배워서 할지를 묻는 상담에 조언이 길게 이어졌다. 전날 저녁 같은 방에서 법규 기준은 명확한데 RPA조차 도입되지 않아 뭘 자동화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는 고민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엔 좀 더 구체적으로 실행 방법을 묻는 질문이었다.
한 참여자는 "일단 리소스 투입 대비 임팩트가 나는 작은일부터" 시작하라고 답했고, 다른 참여자는 "원래 그 일 하던 사람이 AI배워서 하는게" 더 낫다고 힘을 실었다.
"AI만 할줄 아는 사람은 자동화를 죽었다 깨어나도 못해요"
작은 것부터 실행하라는 조언과, 수동으로 전 과정을 직접 겪어본 사람만 자동화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조언이 같은 결론에서 만났다. 업무를 모르는 채로 도구만 다루는 접근으로는 자동화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참여자들 사이에 공유된 셈이다. 도구를 배우는 속도보다 업무를 이해하는 깊이가 자동화 성패를 가른다는 관점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논의는 곧 조직의 현실 쪽으로 옮겨갔다. 한 참여자는 "3명이 하던거 2명이 할 수 있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이라며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짚었고, 뒤이어 "사무직 줄일 방법 내놔 = AX"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자동화를 배우고 싶어도 그 결과가 곧 동료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호로 읽히는 조직에서는, 자동화를 주도할 유인 자체가 약해진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기술 습득 방법을 묻는 질문에서 시작한 대화가 결국 조직 문화 이야기로 끝난 셈이다. 도메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자동화를 더 빠르게 완성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였지만, 그 완성이 인력 감축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실행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기술과 조직 문화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한, 이런 딜레마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이 상담이 남긴 건 뚜렷한 정답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과 그 배움을 받아들이는 조직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두 갈래의 숙제였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는 조언과 전 과정을 직접 겪어보라는 조언은 방법론에서는 갈리지 않았지만, 그 방법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직마다 다르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로 남았다. 자동화를 배우는 개인의 학습 속도보다, 그 결과를 인력 감축으로 해석하는 조직의 반응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상담의 무게를 더했다. 도구를 다루는 법을 묻는 질문 하나가 결국 조직과 개인의 신뢰 문제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이날 대화는 기술 상담을 넘어선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