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시면" 최적이라던 밤, 세션을 죽인 건 orca였다
프리셋 없이 쓰는 게 최적이라는 후기와 캐시 유지 수정이 잇따라 올라온 밤, 곧바로 opus 세션이 반복 종료되며 토큰이 대거 증발했다. 범인은 오모가 아니라 별도 터미널 도구 orca의 훅 버그였다.
프리셋을 어떻게 맞춰야 하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쓰시면" 방에서 돌고 있는 오모(OmO — 이 방에서 쓰이는 AI 코딩 도구. 이 무렵 방에 퍼진 '오모 네이티브'는 유출된 비공식 배포판(해적판)을 가리킨다)를 쓰던 한 참여자가, 설정을 따로 손대지 않고 기본 상태 그대로 쓰는 것 자체가 이미 최적화된 구성이라고 답한 것이다. 프리셋 하나하나를 맞추는 게 당연하던 방 분위기에서는 다소 뜻밖의 대답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다른 참여자는 이 무프리셋 조합을 쓴 뒤 "제 삶이 너무 편해졌습니다"라며, 작업 여러 개를 동시에 돌려놓고 자신은 쉬기만 한다고 전했다. 프리셋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손이 덜 가고, 그 여유가 그대로 체감 편의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곧이어 개발 쪽에서도 소식이 올라왔다. 앞서 답했던 참여자가 "에이전트가 대기하더라도 캐시를 깨뜨리지 않도록 고쳤습니다"라고 공지했다. 에이전트가 다음 작업을 기다리며 쉬는 동안에도 그동안 쌓아둔 캐시(반복 계산을 줄이려고 미리 저장해두는 데이터)가 초기화되지 않도록 손을 본 것으로, 대기가 잦은 자동화 루프에서는 속도와 비용 모두에 걸리는 수정이었다.
그런데 이 수정이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터졌다. 다른 참여자가 익스텐션 문제 수정을 맡겼다가 "와 뭐 수정 잠깐 돌렸는데 opus 세션 엄청 찍어내고 죽는거 반복하고 토큰 증발했어요…"라며 당황한 소식을 전한 것이다. 오퍼스(opus, 앤트로픽의 대형언어모델) 세션이 열렸다 죽기를 반복하면서 그만큼의 토큰이 허공으로 날아갔다는 뜻이다. 방금 올라온 캐시 수정 탓으로 오해할 법한 타이밍이었지만, 실제 범인은 따로 있었다. 오모가 아니라 오모와는 무관한 별도의 터미널용 AI 코딩 도구인 오르카(orca)의 훅(특정 동작 전후에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걸어둔 스크립트) 문제였다는 게 뒤이어 확인됐다. 사고를 겪은 참여자는 "미안하다 orca.. 죽어라"라는 한마디로 소동을 마무리했다.
한 저녁 사이에 나온 두 장면은 묘하게 맞물린다. 설정을 최소화할수록 편해진다는 무프리셋 철학과, 정작 세션을 반복해서 죽인 건 그 도구가 아니라 곁에서 같이 돌아가던 전혀 다른 도구의 결함이었다는 사실이다. 캐시가 깨지지 않도록 손을 본 직후에 사고가 겹쳤으니 두 사건을 하나로 묶어 의심하기 쉬웠지만, 실제로는 서로 무관한 두 도구가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얽힌 것뿐이었다. 여러 도구를 동시에 얹어 쓰는 지금의 작업 환경에서는, 문제가 터졌을 때 가장 먼저 의심되는 도구와 실제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