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떠오른 아이디어, 사고 도구 보드가 됐다
사고법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에서 떠오른 착상이 형태학적 매트릭스라는 이름의 보드로 만들어져 공개됐다. 아직 작동하지 않는 시안임을 스스로 밝히며 발전을 당부한 방식은, 완성품이 아니라 미완의 틀을 먼저 공유해 함께 다듬는 문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
저녁 7시 39분, 한 참여자가 독서 모임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사고법 관련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참여하던 중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라 직접 만들어봤다는 것이다.
"아는 분들이랑 사고법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읽다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라서 만들어보았습니다. "
독서 모임이라는, 개발이나 업무 자동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자리에서 도구의 착상이 나왔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4분 뒤, 그는 만든 것의 이름을 밝혔다. 서로 다른 변수들을 격자 형태로 펼쳐놓고 조합해보는 사고 틀에 해당한다.
"제가 만든건 형태학적 매트릭스입니다. (morphological matrix)"
같은 흐름에서 그는 이 시안이 아직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 밝혔다. 완성된 도구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틀만 먼저 꺼내놓고 다른 사람들이 더 나은 형태로 발전시켜주길 바란다는 취지였다.
"작동은 하지 않지만 인사이트를 얻어서 더 훌륭한 매트릭스로 발전시키시길 바랍니다. ^^"
자정을 넘긴 시각, 다른 참여자가 반응을 남겼다.
"아이디어 좋아보입니다"
독서 모임에서 얻은 착상이 미완성 상태 그대로 방에 공유되고, 그 자리에서 바로 평가와 반응을 받는 흐름이 만들어진 셈이다. 짧은 반응이었지만, 작동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밝힌 시안에 대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긍정적인 신호가 돌아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도구가 완성된 뒤에야 공개되는 게 아니라, 작동하지 않는 초기 아이디어라도 먼저 던져 공동으로 다듬어가는 방식이 이 방에서 통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름 자체보다, 그것을 미완성인 채로 내놓고 발전을 요청한 태도가 더 눈에 띄는 대목이다. 완성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 없이, 틀만 먼저 공유하고 반응을 확인한 뒤 다듬어가는 흐름은 앞서 나온 논문 인용 도구나 한글 문서 변환 엔진처럼 이미 완성된 형태로 공개된 사례들과는 결이 다르다.
이 도구가 나온 경로도 짚어볼 만하다. 코딩이나 업무 자동화가 아니라 사고법을 다루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아이디어가 출발했다는 점은, 이 방의 도구 제작이 실무 문제 해결에만 머물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는 틀 자체로도 뻗어나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격자 형태로 변수를 펼쳐놓고 조합을 살펴보는 방식 자체가, 정답 하나를 찾기보다 가능한 조합을 눈에 보이게 늘어놓아 다른 사람의 눈으로 검토받으려는 접근으로 읽힌다.
흥미로운 점은, 완성도를 낮춰 말하는 태도가 이 도구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같은 저녁 시간대에 공개됐던 논문 인용 도구를 두고도 '겸손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을 떠올리면, 이 방에서 도구를 공개하는 이들이 대체로 자신의 결과물을 낮춰 소개하는 경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