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할 게 없어진 AI 앞에서 인간의 자리를 묻다 — 오후 대화에 등장한 재귀적 자기개선
수정 지시가 필요 없어진 AI를 두고 에이전트코리아 오후에 RSI와 인간의 자리를 묻는 대화가 이어졌다.
오후 3시 37분, 한 참여자가 예전 작업 방식을 떠올렸다. 결과물을 고치려고 긴 수정 지시를 몇 번이고 넣어도 모자랐다는 기억이었다.
"예전에는 수정사항 2-3만자씩 몇번을 해도 부족했었는데"
이 참여자는 이제는 그래, 진행해 정도의 한마디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보다 2분 앞선 3시 35분에는 AI가 인간의 효용과 가치를 판단하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길게 물었다. 수정 지시가 줄었다는 편리함과, 그 편리함이 어디까지 갈지에 대한 물음이 몇 분 사이에 함께 나온 셈이다. 이날 이 주제에는 11명이 81건의 발화를 남겼다.
그 시점을 부르는 이름
오후 3시 38분, 다른 참여자의 짧은 한마디가 올라왔다.
"그 시점이 RSI인데"
이 참여자는 그 시점을 RSI라고 부르며 무서운 세계관이 펼쳐질 가능성을 짚었다. 수정할 게 없어졌다는 개인의 체감이, 스스로를 고쳐 나가는 AI라는 더 큰 그림으로 옮겨 간 순간이다. 오후 대화 안에서 이 체감에 RSI라는 이름을 붙인 건 이 참여자였다.
같은 날 오간 다른 이야기들
이 대화와 별개로, 아침 7시께엔 한 참여자가 재귀적 자기개선 시대를 다룬 기사 세 건을 방에 올렸다. 게시글에는 이런 문장이 담겼다.
"인류의 마지막 발명이 될 재귀적 자기개선(RSI) 시대가 다가옵니다."
아침 게시와 오후 대화가 서로 이어졌다는 흔적은 이날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방에서 같은 단어가 시간을 두고 따로 등장한 두 장면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보다 앞선 오후 3시 13분 전후로는 오퍼스가 크몽 같은 외주 시장부터 무너뜨리고 있다는 말, SI가 거의 멸망할 것 같다는 말처럼 중저가 외주 시장이 무너졌다는 체감이 나왔다. 한편 다른 시각도 있었다. 결과를 먼저 알고 과정을 쌓는 탑다운 학습으로 받아들이는 참여자도 있었다. 3시 19분엔 이런 말이 나왔다.
"대신 알기 때문에 더 과정에 집중을 잘하는거 같달까 이게 왜 필요한지를 아니까"
결과부터 손에 쥐는 상황을, 오히려 과정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이야기다.
무엇을 시사하나
이날 오후 RSI 대화의 바탕에 깔린 건 거창한 이론보다 작업 현장의 체감이었다. 고칠 게 줄었다는 경험담과 인간의 가치와 자리를 묻는 질문이 한 참여자의 말 안에 함께 담겼다. 도구가 좋아진 속도를 사용자들이 자기 일의 변화로 먼저 느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반응이 한 방향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외주 시장이 무너졌다는 체감 옆에서, 결과를 먼저 보고 과정을 배우는 기회로 읽는 참여자도 있었다. 같은 변화를 두고 위협과 학습 방식의 전환이라는 두 해석이 한 방에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11명이 참여한 한 방의 대화인 만큼, 이를 커뮤니티 전체의 정서로 넓혀 읽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