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없이 넘겨받은 AI 코드 — 에르메스단 참여자들은 분석은 AI에 맡기고 판단은 윗선에 넘기라고 했다
16명·203건 — 최근 이직한 개발자의 인수인계 상담, 결론은 다시 AI에 맡기기
오후 2시 43분, 에르메스단에 하소연 한 줄이 올라왔다. 최근 이직한 한 참여자가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데, 넘겨받는 코드가 전부 AI로 쓴 것이라는 얘기였다. 퇴사를 앞둔 전임자에게서 받는 코드에는 문서도, DB 접속 방법도 없었다.
"ㅜㅜ 제가 이번에 이직했는데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데 전부 AI로 쓴 코드라"
이 한 줄은 이날 오후 방에서 가장 긴 상담으로 번졌다. 이 화제에 16명이 붙어 203건을 주고받았는데, 저녁판 창(오전 10시 36분~오후 5시 40분)의 여섯 개 토픽 가운데 발화 수가 가장 많았다. 참여자 수로는 뱅크드 리셋 후속(35명)이나 오푸스 5.5 이야기(29명)보다 적었다. 비교적 적은 인원이 한 사람의 사정을 두고 오래 붙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I가 짠 코드는 AI로 읽는다
조언의 뼈대는 AI가 만든 코드는 AI로 분석하라는 것이었다. 한 참여자는 AI로 코드를 분석하고 도식화해 위키로 정리하되, 키와 인프라 정보는 전임자가 떠나기 전에 반드시 받아 두라고 했다. 무엇을 그려 두고 무엇을 챙길지 목록으로 짚은 말도 이어졌다. 문서가 없으니 코드의 의도를 물어볼 곳은 곧 떠날 전임자뿐이고, 키·인프라 정보부터 받아 두라는 당부가 앞에 선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다이어그램 디자인같은거 써서 도식화 시키고, db 접속관리, 마이그레이션 버전관리 뭐.."
앞으로 쌓일 코드를 걸러 낼 장치도 거론됐다. "슬롭때문에라도 PR검증도구를 만들어서 돌리고.."라는 대목이다. 슬롭(slop, AI가 찍어 낸 듯한 저품질 결과물)을 걸러 내려면 PR(코드 변경 요청)을 검사하는 도구를 따로 두라는 것으로, 지금 받은 코드를 읽는 일과 별개로 앞으로 들어올 변경을 검사할 문을 세우라는 권고로 읽힌다.
판단은 새로 온 사람 혼자 지는 몫이 아니다
같은 조언에는 선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분석은 AI에 맡기되 판단은 윗사람에게 넘기라는 것이다. 오후 2시 57분에는 그 순서의 첫 단계를 짚은 말이 올라왔다. "일단 윗사람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사정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코드가 이미 여러 곳에 온프레미스(고객사 서버에 직접 설치하는 방식)로 납품된 상태라 새로 짜는 것도 어렵다는 사정이 드러났다. 한 시간쯤 뒤 질문자는 선임자와 이야기해 본 결과 AI에 다 맡기는 방향으로 정해졌다고 전했다.
이 상담은 AI로 짠 코드가 납품된 제품으로 남아 다음 사람에게 물려지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방의 조언이 코드를 고치는 요령보다 키·인프라 정보 확보와 보고 순서에 무게를 둔 점도 눈에 띄는데, 남은 과제가 기술이라기보다 누가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로 보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결론이 다시 AI에 맡기기로 난 것은, 문서 없는 AI 코드를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읽기보다 AI로 이어 가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는 한 사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