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봉건제와 RSI — LLM 자원 격차 담론
기술봉건제가 방에 도착했다
9월 1일 저녁 8시 33분, 한 참여자가 기술봉건제(technofeudalism·소수 기업이 자원과 접근권을 쥔 구조를 봉건제에 빗댄 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는 글을 공유하며 무섭다고 했다. 그는 이 개념을 피터 틸이 말한 것으로 소개했는데, 용어를 누가 세웠다고 볼지는 논자마다 갈리는 대목이라 여기서는 발언자가 붙인 이름표 그대로 옮긴다. 담론의 내용보다 그 우려가 늘고 있다는 관찰이 먼저 놓인 셈이다.
"피터틸이 말하는 기술봉건제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군요"
곧 다른 참여자가 이 이야기를 자신들이 매일 쓰는 도구 쪽으로 끌어내렸다. 초기에 루프엔지니어링(loop engineering)이 나온 전제 자체가 무한정에 가까운 토큰을 쓸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며, 기술봉건제 이야기의 한 끄트머리로 봤다. 반복 실행을 밑그림으로 삼는 작업 방식이 애초에 자원 여유 위에서만 성립했다는 지적이다.
"초기에 루프엔지니어링 자체가 나온게 무한정에 가까운 토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했으니깐여."
글을 올린 참여자는 논의를 한 단계 더 밀었다. RSI(재귀적 자기개선)가 곧 무한한 연산량이며, RSI 속도가 곧 권력의 차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연산 자원의 총량보다 그 자원으로 개선 루프를 얼마나 빨리 돌리느냐가 격차를 만든다는 정리다.
"RSI 속도가 권력의 차이"
빅데이터 때는 공공데이터가 있었다
비교 대상으로 빅데이터 시절이 소환됐다. 한 참여자는 지금 분위기가 빅데이터가 한창 뜨던 때와 비슷하지만, 그때는 공공데이터로라도 풀어줄 수 있었던 반면 지금 LLM(대규모 언어모델)은 아예 재산 성격이라 담장이 여러 겹이라고 짚었다. 데이터가 자원이던 국면에는 공개 경로가 하나쯤 있었는데, 모델 자체가 자원인 국면에서는 그 경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대비다.
"빅데이터때는 공공데이터나 이런걸로 풀어줄 수 있기라도 했지. 지금 LLM은 아예 재산성격이라"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참여자는 실리콘밸리의 영주들이 실제로 이 구도를 원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단정 대신 자기 생각이라고 닫은 문장이었지만, 대화가 향한 곳은 분명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영주들은 이걸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담론이 아니라 사용량 이야기였다
이 대화가 추상적인 정치 담론에 머물지 않은 이유는 출발점이 실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루프엔지니어링이라는 구체적 작업 방식이 토큰 여유를 전제로 성립한다는 지적이 들어오는 순간, 기술봉건제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사용량 한도 이야기가 된다. 반복 실행이 성립하려면 토큰을 아끼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먼저 있어야 하는데, 그 조건은 방 안 누구에게도 무한하지 않다.
공개 경로의 유무를 가른 비교도 곱씹을 만하다. 빅데이터 국면에서 공공데이터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가 모으고 나면 복제 비용이 거의 없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모델을 굴리는 연산은 쓸 때마다 값이 붙어, 공개해도 접근이 곧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담장이 여러 겹이라는 표현은 소유권만이 아니라 이 비용 구조까지 함께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RSI 속도를 권력의 차이로 정리한 대목은 이 논의의 시간 축을 드러낸다. 격차가 자원의 크기로 한 번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선 루프가 도는 속도만큼 매 회차 벌어진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것은 온도의 변화다. 첫 반응은 "무섭다"였는데, 뒤이은 발언들은 겁을 키우기보다 조건을 따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려움에서 출발한 화제가 몇 마디 만에 자기 작업 조건을 셈하는 자리로 내려앉은 셈이고, 자원 격차를 바깥에서 논평할 대상이 아니라 이미 자기 조건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대화로 읽힌다.